
트로이 목마 안에서 숨죽이던 그 밤으로부터, 그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그리스는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장(智將)은, 10년째 바다 위를 떠돌고 있습니다. 아내는 늙어가고,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자라났고, 궁전에는 그의 자리를 노리는 낯선 남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3천 년 전 호메로스가 써 내려간 이 이야기를,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필름 위에 새겼습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한 편의 영화로 만나보세요!
🎬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인셉션〉,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로 익숙한 그 이름,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번엔 3천 년 전 서사시에 손을 댔습니다.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고, 아내이자 오랜 파트너인 프로듀서 에마 토머스와 함께 만들었어요. 놀란은 호메로스의 여러 번역본을 직접 연구한 끝에, 신화를 신화답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쪽을 택했다고 해요. 〈안드레이 루블료프〉, 〈란〉 같은 고전 서사 영화와, 전설적인 특수효과 아티스트 레이 해리하우젠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서사하라, 몰타까지 일곱 곳을 넘나들며 촬영했고, 장편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만으로 촬영했어요. 제작비는 약 2억 5천만 달러로, 놀란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입니다.

🎭 주연, 맷 데이먼
이타카의 왕이자 '천 가지 꾀를 가진 사나이' 오디세우스 역은 맷 데이먼이 맡았어요.
놀란과는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호흡이에요. 그의 아내 페넬로페 역은 앤 해서웨이, 성장한 아들 텔레마코스 역은 톰 홀랜드가 맡았습니다. 여기에 지혜의 여신 아테나 역의 젠데이아, 마녀 키르케 역의 샤를리즈 테론, 구혼자 안티노오스 역의 로버트 패틴슨까지 더해지며 신화 속 인물들이 스크린 위에 살아났어요.


📖 오디세우스, 집으로 가는 가장 긴 길
자, 이제 책장을 넘기듯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트로이 성벽이 무너지던 그날 밤, 목마 속에 숨어 있던 오디세우스의 계략은 10년을 끌어온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리스 병사들은 저마다 배를 몰아 고향으로 향했고, 이타카의 왕도 부하들을 이끌고 뱃머리를 돌렸어요. 하지만 신들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가 그의 뱃길을 끝없이 틀어막았고, 그렇게 단 며칠이면 닿을 항해가 10년의 방랑으로 늘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그를 맞은 건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동굴이었어요. 호기심에 발을 들인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그 안에 갇혀버렸고, 거인은 하루에 한 명씩 부하를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거인에게 독한 포도주를 먹여 잠재운 뒤, 불에 달군 나무 말뚝으로 그의 하나뿐인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양떼 배 밑에 몸을 숨겨 탈출에 성공해요. 하지만 도망치며 자신의 진짜 이름을 거인에게 외쳐버린 실수가, 훗날 포세이돈의 저주로 되돌아옵니다. 폴리페모스가 다름 아닌 포세이돈의 아들이었으니까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에게 순풍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바람을 가둔 자루를 선물했어요. 이타카가 눈앞에 보일 때까지 항해는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방심한 부하들이 "저 안에 보물이 들었을 것"이라 여기고 몰래 자루를 열어버렸고, 갇혀 있던 폭풍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배를 다시 먼바다로 날려버렸어요. 손에 잡힐 듯했던 귀향이 눈앞에서 부서진 순간이었죠.

이어 도착한 마녀 키르케(샤를리즈 테론)의 섬에서는, 그녀가 건넨 술을 마신 부하들이 하나둘 돼지로 변해버립니다. 오디세우스는 신 헤르메스가 건네준 신비한 약초 몰리의 도움으로 마법에 저항하고, 결국 키르케를 굴복시켜 부하들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요. 그는 그녀의 섬에서 1년을 머물렀고, 떠나기 전 키르케는 그에게 죽은 자들의 세계, 저승으로 가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혼을 만나 앞으로의 운명을 물으라 조언합니다.
저승에서 오디세우스는 눈먼 예언자로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건 가능하나, 그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트로이 전쟁에서 함께 싸운 전우들의 혼백과,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영혼과도 재회해요. 산 자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나누는 이 대화는, 서사시 전체에서 가장 처연한 장면으로 꼽힙니다.
다시 항해를 시작한 오디세우스 앞에는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 죽음으로 이끄는 세이렌의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는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게 하고, 정작 자신은 그 노래가 너무나 궁금해 몸을 돛대에 묶은 채 지나가기로 합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거예요. 결국 미친 듯이 몸부림치면서도 밧줄에 묶인 몸으로 그 유혹의 바다를 무사히 통과합니다.
그다음 관문은 더 잔인했습니다. 좁은 해협 양쪽에 도사린 여섯 머리 괴물 스킬라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사이를 지나야 했거든요. 오디세우스는 둘 중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쪽, 스킬라 쪽으로 배를 몰기로 결정하고, 그 대가로 부하 여섯 명을 눈앞에서 괴물에게 잃습니다. 전부를 구할 수 없다면 최소한을 구하는 것, 그것이 지도자의 몫이라는 걸 뼈저리게 배우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남프 칼립소가 다스리는 오기기아 섬. 표류 끝에 이곳에 닿은 오디세우스는 무려 7년을 이 섬에 붙잡혀 있게 됩니다. 칼립소는 그를 사랑했고,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약속하며 그를 남편으로 삼으려 했어요.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마음은 늙어가는 아내 페넬로페와 낯선 아들이 있는 고향, 이타카로만 향해 있었습니다. 신들의 회의에서 지혜의 여신 아테나(젠데이아)가 마침내 그를 위해 목소리를 냈고, 제우스는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를 놓아주라 명합니다.
한편 이타카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죽었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가 홀로 궁전을 지키고 있었어요.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녀에게 재혼을 강요하며 궁전에 눌러앉아 왕의 재산을 축내고 있었고, 그중 가장 오만한 자가 바로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였습니다.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며 시간을 끌었어요.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몰래 그것을 풀며 3년을 버텨온 그녀의 지혜는, 오디세우스 못지않은 이 서사시의 또 다른 축입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스파르타로 떠나요. 그곳에서 만난 메넬라오스(존 번탈)와 그의 아내 헬레네는 트로이 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정작 오디세우스가 살아있는지는 누구도 확답해주지 못합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떠난 사이, 궁전의 구혼자들은 그가 돌아오면 죽여버리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고요.
그리고 마침내, 20년 만에 이타카 땅을 밟은 오디세우스. 하지만 그는 왕의 모습으로 당당히 돌아가지 않았어요. 아테나의 도움으로 늙고 초라한 거지의 모습으로 변장한 채, 자신의 궁전에 슬며시 숨어듭니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늙어서 죽어가던 그의 개 아르고스만이 주인의 냄새를 알아채고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 꼬리를 흔들었다는 대목은, 3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을 울리는 장면입니다.
거지로 변장한 채 궁전의 모욕과 조롱을 묵묵히 견디던 오디세우스에게,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옵니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최후의 시험을 제안해요. "오디세우스의 활을 당겨 열두 개의 도끼 자루 구멍을 한 번에 꿰뚫는 자와 결혼하겠다." 내로라하는 구혼자들이 저마다 나서보지만, 누구도 그 활에 시위조차 걸지 못합니다. 그때, 누더기를 입은 낯선 거지가 조용히 손을 듭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누구도 당기지 못한 활을 가볍게 당겨 화살을 쏘았고, 열두 개의 구멍을 정확히 관통시켰습니다. 그리고 활을 든 그대로, 아들 텔레마코스와 함께 자신의 궁전을 20년간 유린해 온 구혼자들을 향해 돌아섭니다. 여기서부터 벌어지는 일들은, 이야기의 가장 극적인 클라이맥스인 만큼 여러분이 직접 스크린으로 확인하시길 남겨두고 싶어요.
20년의 방랑과 기다림 끝에, 한 남자는 마침내 자신이 떠났던 그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를 알아보는 건 결국, 그를 가장 오래 사랑해온 사람의 눈뿐이었죠.
🙋 자주 묻는 질문
Q. 원작 서사시와 영화 내용이 완전히 같나요?
A. 놀란 감독이 여러 번역본을 연구해 신화를 사실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힌 만큼, 원작의 큰 줄기는 따르되 놀란 특유의 연출과 비선형적 서사 구조가 더해질 것으로 알려졌어요. 정확한 각색 방식은 실제 관람으로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Q. 러닝타임은 얼마나 되나요?
A. 놀란 감독이 직접 〈오펜하이머〉보다는 짧은, 3시간 미만이라고 밝혔어요.
Q. IMAX로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나요?
A. 장편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인 만큼, IMAX 상영관에서 관람하면 화면비와 화질 면에서 가장 온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아요.
외눈박이 거인부터 마녀의 섬, 세이렌의 노래, 그리고 20년 만의 재회까지 — 인류가 가장 오래도록 사랑해온 귀향의 이야기가 놀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신화를 안다고 생각했던 분들도, 처음 듣는 분들도 모두 압도될 준비를 하고 극장으로 향하시길 바랍니다.